공부에 등록한 이름… 개명은 신중히 해야
남부지법 ‘부모 성 함께쓰기’‘철학관서 권유’등 모두 기각
2008. 3. 17.
‘개명’은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결정이 잇따라 나왔다.
서울남부지법(법원장 구욱서)은 최근 ‘부모 성 함께쓰기’, ‘항렬자 때문에 등재한 이름일 뿐이다’, ‘철학관에서 이름이 좋지 않다고 했다’ 등 각각의 이유를 들어 낸 개명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노재홍(9·가명)군의 부모는 아들 이름 첫 글자에 어머니의 성인 ‘최’를 끼워넣어 노‘최재홍’으로 개명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청인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판단할 무렵이 됐을 때 부모의 뜻을 받아들여 이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한다면 그때가서 개명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명신청을 불허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최재홍’으로 부르면 신청인의 성이 최씨인지 노씨인지 쉽게 알 수 없고, 한창 자아를 형성하면서 성장중인 신청인으로서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놀림을 받아야 한다”며 “개명신청은 전적으로 부모의 뜻이지 신청인의 의사가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의사가 포함됐다 해도 신청인은 현재 8세 남짓으로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나이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양성평등은 이름과 같은 형식적인 것보다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임과 함께 그와 같은 확고한 인식을 가지도록 줄기차게 훈육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할아버지가 항렬자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해 이름을 지었을 뿐 실제로는 다르게 부르고 있으므로 개명해 달라는 신청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실제 실생활에서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개명신청을 낸 이름이 좋은 뜻이 있어도 놀림을 당할 여지도 또한 있다”며 “신청인이 더 성장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판단할 무렵에 굳이 개명하기 원한다면 그때 가서 개명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부모가 자식의 이름을 지을 권리가 있더라도 이미 지어서 공부에 등록한 이름을 개명하려면 여러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에는 철학관과 작명소의 권유를 받고 이름을 자꾸 바꾸려고 한 A씨의 개명신청도 기각됐다.
A씨는 이름을 B로 개명했다가 “철학관에서 본인은 물론 가까운 가족들도 아프게 된다고 했다”며 다시 원래 이름으로 개명해줄 것을 신청했다. 며칠 후 A씨는 원래이름이 아닌 C로, 5일 뒤에는 다시 D로, 그 다음날에는 또 다시 원래 이름으로 개명하고 싶다고 신청취지를 변경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잦은 개명은 신청인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도 혼돈을 주게 되며, 사람의 이름에 따라 건강이 악화되거나 대학교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평균인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라며 “운명이 개명여부에 달렸다는 집념에서 벗어나 운명을 개척하는 노력에 집중함이 옳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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