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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항변의 절단
인적항변이란 말그대로 특정의 채권자의 청구에 대항하여 주장할 수 있는 사유를 말합니다..
일반적인 지명채권에 있어서, 이미 변제를 하지 않았는냐는 주장, 착오로 인한 법률행위임을 이유로 이미 취소하지 않았느냐는 주장, 당신의 기망행위로 인한 법률행위였기 때문에 취소한다는 주장...등등 현재 채권을 주장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발생한 사유를 가지고 대항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그런데 이러한 인적항변이란 통상의 지명채권에서는 특히 "인적항변"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그저 항변이라고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지명채권이란 것이 특정인과 특정인사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라, 모든 항변이 인적항변이 되기 때문이죠.
인적항변이 의미를 갖는 것은 어음이나 수표상의 채무에 있어서 입니다. 어음의 예만 들어보도록 하죠. 일반적으로 물품을 매입한 사람이 매도인에게 (약속)어음을 발행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그리고 금원을 차용하고 역시 (약속)어음을 발행해주기도 하죠. 전자는 당장 물품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이렇게 어음은 신용기능을 하는 것입니다..한마디로 채권자입장에서 지급을 유예해 주는 것이죠.
(이것은 수표와 다른 점입니다...수표는 신용기능을 최대한 억제시키고, 단순한 지급기능만을 할 것을 법이 요구하고 있습니다..다만, 편법으로 신용기능을 부여하려고 사람들이 기를 쓰고 있지만요..)
그런데 어음은 전전유통될 가능성을 개념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어음의 발행인이나 발행인으로부터 어음을 교부받은 사람이나, 처음부터 이 어음을 유통시킬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지요...어음을 유통시킨다는 것은 어음의 소지인입장에서는 자신의 채권을 양도한다는 것이고요. 보통의 지명채권도 양도할 수 있지만, 그 양도에는 채무자에 대한 통지나 채무자의 승낙의 의사표시가 필요합니다..그런데 어음상채권의 양도는 단순히 어음을 배서.교부함으로써 끝나죠..경우에 따라서는 배서조차 필요없이 그냥 어음을 건네주기만 하면 되고요..하지만 우리 법은 이러한 어음의 교부에 의한 채권양도에 강력한 유통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어음을 건네받는 사람이 안심하고 어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거래질서가 안전할 수 있고, 또 어음상의 권리가 진짜 존재하는지를 조사하지 않았도 되므로 신속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A가 물건을 매입하면서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매도인인 B에게 교부하였다고 해보죠..B는 어음을 계속 소지하고 있다가 만기가 되면 A에게 가서 어음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만기가 되기 전에 A와 B사이의 매매계약이 A의 무능력을 이유로 취소되었습니다..그러면 A와 B사이에는 원상회복의 의무만 지게 되고 A는 대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B역시 아직 어음을 소지하고 있다 하여도 A에게 매매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B가 만기에 A에게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해 오면, A는 어음상 권리의 원인이 된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았느냐..근데 뭔놈의 어음금 청구냐하고 대항할 수 있을 겁니다...이것이 바로 어음에 있어서의 인적항변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B가 만기까지 기다려서는 자신의 자금융통상의 문제가 있어서, 만기전에 C와 거래를 하면서 그 어음을 C에게 교부했다고 해보죠. C입장에서는 B에게 돈을 받아야 하는데 현금대신 A가 발행한 어음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위와 마찬가지로 A,B사이의 매매계약이 소급적으로 무효화되었다고 해보죠. C는 만기가 되어 발행인인 A에게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합니다..
이때 A가 위와 같은 항변을 C에게 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결론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즉, 위의 항변은 인적항변인데, 그 인적항변이란 특정의 채권자에게만 할 수 있는 것이므로, 항변사유와 상관없는 C에게는 그러한 항변을 할 수 없습니다..결국, A는 C의 청구에 응해야 하는 것이죠..이때의 A의 손해는 B와의 관례에서 조정되어야 하는 것이고요...이렇게..어음상 관계에 있어서 C와 같은 자를 보호하게 되면 어음의 유통성이 증진될 수 있는 것입니다..이때 C를 보호하게 되는 이론을 인적항변의 절단이라고 합니다. B에겐 주장할 수 있는 항변이, B로부터 C에게 어음이 이전됨으로써 절단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인적항변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물적항변이 있습니다...어음관계에 있어서 물적항변이란 어음이 위조되었다든지, 필요적 기재사항이 기재되지 않은 어음이라든지, 배서의 연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든지하는 어음자체의 하자가 있는 경우로서, 어음을 교부받는 사람입장에서 그러한 하자가 있는 어음이란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어음상에 그러한 하자가 나타나 있다는 말이지요. 어음채무자는 이러한 하자가 있음을 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는데..이러한 항변은 누구에게도 주장할 수 있습니다...위의 예에서 그러한 하자가 있다면 A는 C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죠...이렇듯 어음관계에 있어서는 인적항변과 물적항변의 구별이 매우 중요한 사항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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